대부분 시간을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나.
그 모습을 보기가 안쓰럽고 답답했는지
부인은 나를 집 밖으로 끌고 나왔다.
"어디로 갈까?"
"가고 싶은데 없어?" 물어본다.
난 가고 싶은 데가 없다.
아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그저 정처 없이 차에 몸을 싣고 가던 중,
차창 밖으로 어떤 종인지 모르는 개 두 마리가
달랑 머리만 차창 밖으로 빠끔히 내어놓고
차 밖 바람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시원하겠구나'
그리고 나는 말했다.
"동물원 갈래?"
그렇게 우리는 동물원에 도착했고,
홀로 앉아 물을 마시는 곰,
코로 무언가를 먹고 있는 것 같았던 코끼리,
크게 하품하는 침팬지,
야금야금 나뭇잎을 먹는 기린,
유유히 수영하던 바다표범 등
나는 아주 많은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난 그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밥은 먹었니?', '이곳 동물원 생활은 어때?', '잘 지내고 있어?' 그리고 '행복해?'
그런데 이걸 어쩐다.
너와 나 대화할 방법이 없네.
동물학자들은 참 신기한 사람들 같다.
동물에겐 사람처럼 생각과 느낌을 표현 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가 없지만
(물론, 그들 세계의 그들만의 언어가 존재하기도 하겠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그들은 동물을 감정과 표현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들의 수많은 관찰과 경험의 시간의 축적으로 나온 결과물로 그들의 심리상태와 행동들을 유추하는 걸까?
그럼 어떻게 동물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를 주관적이 아닌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어떤 방법으로 연구할까?
동물의 행동과 표현들이 인간의 관점에서 잘못 해석되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알 수 없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렇게 걸어 다닐 기력조차 없었던 나는 2시간 동안이나 각종 동물을 보며 걸어 다녔다.
그리고 동물원 밖으로 나가면서 문득 생각난,
눈앞에 아른거리는 우울하게 쭈그려 홀로 앉아있던 작은 원숭이 한 마리의 눈빛.
'우리에 갇혀있어 그렇게 슬픈 표정 짓는 거니?'
아니 어쩌면,
'아니에요, 밥시간인데 밥을 아직 못 먹어 배고파 슬프게 보이는 거예요' 라고
아마 그렇게 말하는 그런 원숭이의 눈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